과자 튀겼던 식용유, 이제 내차에 주유한다

"과자를 만들고 남은 식용유를 사용해 바이오디젤을 만들고 이걸 자동차에 주유하겠다고?"

 

롯데제과와 현대오일뱅크가 경유에 들어가는 바이오디젤 원료유를 보급하기 위해 손을 잡았습니다. 식품사와 정유사의 협력은 우리나라에선 처음 있는 일이다. 롯데제과와 현대오일뱅크는 1일 바이오경영 전략적 제휴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밝혔습니다.

 

롯데제과가 국내외 식료품 제조·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현대오일뱅크의 바이오디젤 공정 재료로 보급하는 게 이번 제휴의 골자다. 업계에서는 롯데제과와 현대오일뱅크가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전략력 제휴라고 평가하게 된다면서 이종 업종 간 협업이 앞으로 더욱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이 같은 롯데제과 움직임은 바이오디젤을 포함한 '올레오케미컬(Oleochemical)' 경영을 본격화하겠다는 롯데그룹의 미래 경영비전과 맞물려 있습니다. 올레오케미컬은 간식나 식품을 만들 때 이용했던 식용유를 재사용해 바이오디젤, 화장품, 비누 등을 만드는 비(非)식품 유지 경영입니다. 롯데푸드와 롯데제과가 합병하기 전에 롯데푸드는 장차 주력 사업으로 올레오케미컬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수입해 쓰던 식용유, 팜유 등을 롯데제과에서 받아 바이오디젤뿐 아니라 항공유까지 제조하는 '화이트 바이오' 경영에 적극적으로 달려들 계획입니다. 화이트 바이오란 여러가지 식물자원을 재료로 각종 에너지원과 화학소재를 가공하는 탄소저감 산업을 의미합니다. 이를 위해 1단계로 2023년까지 대산공장 내에 연산 13만t 크기의 차세대 바이오디젤 제조 작업장을 건설할 계획입니다. 2단계로는 비식용 재료에 수소를 첨가해 차세대 바이오 항공유를 가공하고 세계 시장 개발에 나선다는 목표입니다. 현대오일뱅크가 진행하는 화이트 바이오 경영은 원료 조달에서 기존 방식과 차별화됩니다.

기존 바이오 산업은 대두, 옥수수, 팜 등 식용 자원에서 에너지원을 추출해 왔으나 음식 부족 등 역효과 때문에 선진국을 중심으로 식용 원료 이용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현대오일뱅크는 기름 찌꺼기, 폐식용유, 땅에 떨어진 팜 열매 등 비식용 자원을 재료로 사용할 계획입니다.

 

롯데제과는 우리나라 최고 규모의 식용 유지 경영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치킨을 튀기는 올리브유, 마가린, 콩식용유, 옥수수기름 등 식품 B2B(회사 간 거래) 경영에 집중했습니다.

 

롯데제과는 저출산으로 식품 소모 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올레오케미컬 경영을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동시에 ESG운영(환경·책임·투명운영)도 보강한다는 계획입니다. 이진성 롯데제과 경영책임자는 "기존에는 식용유 등을 만들고 남는 기름은 폐기했다"면서 "한 번 이용했던 식용유를 재사용해 ESG경영도 강화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폐식용유는 연간 20만t에 달합니다. 이 중 재사용되는 비중은 50퍼센트 수준에 지나지 않습니다. 폐식용유를 그냥 버리면 생활환경오염의 주범이 되지만 바이오디젤로 재사용하게 된다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자원순환과 생활환경보호에도 긍정적입니다.

 

지금 시중 주유소에서 팔리는 경유에는 이미 바이오디젤이 3.5퍼센트 섞인 상황입니다. 바이오디젤은 일반 경유 연료로 대체가 가능합니다. 특히 경유와 비교했을 때 배기가스 배출량이 3분의 1 수준이어서 친환경적입니다. 그렇지만 바이오디젤은 경유보다 가격이 2배 이상 비쌉니다. 바이오디젤 자체 가격은 높지만 탄소배출권 구매 시장을 생각하면 기존 3.5퍼센트인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비중을 선진국 수준인 8퍼센트로 올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습니다.

지난해 10월 2050탄소중립위원회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계획을 공표하면서 바이오디젤 의무 혼합비중을 8퍼센트로 상향하는 안을 내어놓았습니다.

 

전문가들은 내연기관 자동차이 전기차와 수소차로 교체되는 전환기에 바이오연료가 '탄소저감'에 일정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홍선택 롯데제과 영업본부장은 "디젤이 처음 엔진을 개발할 때 땅콩기름을 이용했다"면서 " 바이오연료는 별도의 충전소 등 추가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자동차을 개조하지 않고도 지금 바로 일반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는 게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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